상상 타입 – 네임버스 타로
정오♥



1. 오이카와의 몸에 카나에의 네임이 새겨진 날의 기억

: ‘다행이다.’ 라는 느낌. 고등학교 1학년 오이카와 토오루는 제 몸에 새겨진 아시하라의 이름을 보고 안도의 감정을 먼저 느껴요. 사랑이 기반한 안도감은 아니었으나, 어쩌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것을 깨닫는 아침입니다. 오이카와 토오루는 애초에 제가 네임을 달고 다녀야 한다면 아시하라밖엔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는 네임의 무게를 알고 있었습니다. 주변에서 들리는 가벼운 이야기들, 예컨대 ‘내가 짝사랑하는 00군의 이름이 새겨졌으면 좋겠어!’, ‘00쨩, 네임 누구야? 아아, 어떡해!’ 같은 이야기들을 그닥 달갑지 않게 느꼈던 오이카와 토오루이므로. 내가 만약 다른 사람과 깊게 사귀고, 운명을 뒤집고 타인과 결혼한다고 해도 이해해 줄 것 같은 사람. 만약 뒤집기 따위 하지 않고 내가 원 쨩의 이름을 달았으니 책임져 달라 장난스레 말해도 흔쾌히 책임지겠다 할 것이 분명한 사람. 아시하라 카나에.



2. 카나에의 몸에 오이카와의 네임이 새겨진 날의 기억

: ‘아, 큰일 났다....’ 그 이름을 본 순간, 카나에는 그야말로 당혹감 그 자체를 느껴요. 오이카와 토오루가 네임의 무게를 알았다면, 카나에는 아오바죠사이 오이카와 토오루 군의 무게를 알았다고나 할까요. 이거 들키면 절대 안 돼. 안 그래도 오이카와한테만 잘해 준다는 이야기 들리는데, 이것까지 눈에 띄는 날에는.... 이하 생략. 필사적으로 네임 숨기기 대작전을 꾸미고 있는 아시하라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카나에는 자기가 스스로 보기 힘든 부위에 네임을 달았어요. 가족이 말해서 알게 됐죠. 가족의 반응은 묘한 분위기 타는 청춘 놀리는 듯한 반응. ‘그럴 줄 알았어, 그렇게 붙어 다니더니~.’ 같은 것. 웃음소리 가득한 거실에서 오직 아시하라 카나에 혼자 웃지 못했습니다.

- “카에 쨩~ 어디 가?”
- “... 학교!”
- “토오루 군한테 고백하러 가는 건 아니고?”
- “아, 아빠까지 왜 그래...!”



3. 오이카와가 카나에의 몸에 자신의 네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

: 무더운 여름, 하굣길. 오이카와의 눈을 피해 재빨리 집에 가려던 카나에의 가방끈을 오이카와가 붙잡습니다. ‘원 쨩, 또 혼자 가게? 왜 요즘 나랑 하교 안 해?’ 카나에는 열심히 걸음을 옮기지만, 가방끈을 붙잡은 돌덩이 같은 남고생 덕에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 “요즘 머리 안 묶네? 안 더워? 손목에 머리끈 있는데?”
- “그런 거 아냐....”
- “아, 머리끈 자국 남는 거 싫어서 그러지! 그럼 오이카와 씨가....”

배려심 넘치는 오이카와 토오루가 카나에의 머리카락을 모아 쥔 순간. 고즈넉한 하굣길에 정적이 찾아옵니다. 자박자박 발소리가 멈추고, 오이카와 토오루가 작게 숨 들이쉬는 소리만이 간간이 들리는. 카나에는 오이카와의 손을 팽개치고 빠르게 사라집니다.

- “... 진짜? 진짜야?”

닿지 않을 거리에서, 홀로 중얼거리는 오이카와 토오루.



4. 카나에가 오이카와의 몸에 자신의 네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

: 부활동 시간이 끝난 후, 비품 재고를 정리하느라 홀로 남아 있던 아시하라 카나에. 부족한 수량 체크한 서류를 들고 교무실이 있는 건물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운동부를 제외한 모든 부실이 조용할 때. 왁스 바닥 끼긱 소리와 공 튀기는 소리가 가득한 체육관 앞은 필수로 지나가야 했죠. 그러다 체육관 문턱에 앉은 오이카와를 마주칩니다.

- “오이카와, 농땡이 피우는 거야?”
- “아, 원 쨩! 그런 거 아냐!”
- “.......”
- “... 원 쨩? 아....”

서포터를 발목까지 내리고 쉬는 중이던 오이카와 토오루. 에어컨 빵빵한 체육관이 아닌 문턱에서 홀로 쉬는 이유가 있었던 건지. 카나에는 예상치도 못하게 그의 몸에서 제 이름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어색하게 남은 연습도 힘내라는 말을 덧붙이고 교무실로 향합니다.



5. 오이카와의 신체 부위 중, 카나에의 네임이 새겨진 곳

: 무릎. 로드워크를 다녀와서 샤워할 생각이던 오이카와는 콧노래 흥얼거리며 양말을 신다가 이름을 발견해요. ‘아, 음. 역시. 원 쨩이네. 원래 이렇게 예고도 없이 생기는 건가?’  잠깐 멈칫하다 마저 양말을 신고 밖으로 나갑니다. ‘아─ 반바지 입으려고 했는데....’ 새벽의 산책로는 고요하니 아무렴 별일 없겠죠. 바지를 갈아입으려다 그냥 그대로 운동화를 신습니다. 뛰는 동안, 오이카와는 서포터에 가려지는 곳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을 거예요.



6. 카나에의 신체 부위 중, 오이카와의 네임이 새겨진 곳

: 뒷목. 일어나 졸린 눈으로 머리를 틀어 올리고 물을 마시다 가족에게 들켰죠.

- “토오루 군?”
- “... 풉! 아, 콜록. 오이카와, 아침부터 우리 집엔 왜 와!”

어라, 뒤를 돌았는데 오이카와가 없네. 엄마, 토오루 군이라며? 오이카와 온 거 아니었어?

- “아니, 카에 쨩... 뒷목.”
- “응?”

친절하게 막내딸을 거울 앞으로 데려가 손거울로 목을 비춰 주는 아시하라 가의 모친. 당황이 잔뜩 묻은 채 벌게진 딸의 얼굴을 보며 웃음꽃을 띄우시는 중입니다.



7. 만약 오이카와가 카나에의 몸에 타인의 네임이 있는 것을 알게 된다면?

: ‘... 왜 이렇게 짜증이 나지?’  아직 질투할 자격이 없는데 질투심을 느끼는 오이카와입니다. 아마 오이카와가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오이카와에겐 아직 네임이 발현하지 않은 시기일 것 같아요. ‘먼저 이러는 게 어딨어, 배신이야, 원 쨩. 나는 네임 발현이 아니라 아시하라 카나에 발현을 예상하면서 살고 있었는데.’  질투심의 근원은 우정인지, 사랑인지. 소꿉친구를 빼앗긴 기분이라기엔 너무 복잡한 감정. 모른 척하는 건 천성에 안 맞았어요. 꼭 물어봐야 했습니다.

- “원 쨩, 이거 누구야?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인데.”
- “아... 나도 몰라. 괜히 구설수 오르는 게 싫어서 아무한테도 안 물어봤어. 너도 모르는 사람이야?”
- “응. 처음 듣는데. 알았으면 말해 줬겠지.”
- “... 왜 그래. 왜 짜증이야?”

몰라, 나도....



8. 만약 카나에가 오이카와의 몸에 타인의 네임이 있는 것을 알 게 된다면?

: 오이카와가 먼저 밝혔을 거예요. 이걸 봤을 때 카나에의 반응이 궁금했기에. 제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을 본 카나에는 생각 외로 덤덤합니다. 오이카와가 들으면 기함할 반응이기도 하죠.

- “○양이 아니네? □양? 너 □양이랑은 금방 헤어졌잖아.”
- “진짜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원 쨩?! 나 □양이랑 사귄 적 없어!”
- “아, 진짜? 착각. 미안.”
- “그게 다야?”
- “아, 사과가 부족해? 미안, 진심으로 미안 오이카와. 네 전 여자친구 못 외워서 미안.”

사과가 그게 다냐는 게 아니라, 반응이 그게 다냐는 말이었다고.... 차마 말하지도 못하고. 여전히 토라진 얼굴로 쌩 교실로 들어가 버린 오이카와 토오루. 그는 카나에가 부러 언짢음을 숨기고 반응한 거였다는 사실을 알까요.



9.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질 때, 네임이 새겨진 부위에서 느껴지는 변화

: 심장이 각 부위로 옮겨간 느낌. 무릎이 두근거릴 수가 있구나/뒷목이 두근거릴 수가 있구나. 카나에 쪽은 부위가 부위이다 보니 열도 오를 것 같아요. 뒷목을 타고 흐른 열기가 당연하게도 얼굴까지 데워 버리는. 부끄러운 것도, 마구 설레는 것도 아닌데 얼굴부터 냅다 붉어지니 카나에는 슬슬 억울할 지경입니다. 가까워졌다는 건, 그 얼굴을 오이카와 토오루가 충분히 볼 수 있다는 것. 마음껏 놀릴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 “원 쨩, 얼굴이 불타는 토마토야.”
- “더워서 그래.”
- “지금 겨울인데? 운명의 오이카와 씨를 만나서 빨개진 거 아니고?”
- “... 너 바지 걷어 봐. 무릎 빨갛지? 어?”

아, 원 쨩, 미안! 항복! 잽싸게 다리를 굽혀 오이카와의 바짓단을 올리기 시작한 아시하라 카나에. 얼굴 못지않게 불타는 눈으로 제 바지를 붙잡는 누나를 말려야 하는 오이카와, 오랜만에 1패를 적립!



crepe 푸푸, twitter (@poopootarot)